조흥은행 파업은 극적으로 타결됐다지만 대북송금과 관련한 특검수사문제와 한국-칠레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정부와 농민들의 갈등, 전교조 사태, 예고돼 있는 노동계 파업, 정치권 대립 등은 사회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헤겔이 주창한 '정반합(正反合)의 원리'를 따라간다면야 이러한 현상이 완치(성숙과 도약)를 위한 아픔일 수도 있겠으나 현실은 그렇지 못한 듯하다.
만성질환을 그대로 놔두다간 치명적인 질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어디 사회뿐이랴. '작은 우주'인 우리의 몸 상태도 작금의 사회혼란상에 못지 않을 정도로 엉망진창이다. 사실 개인이 모여 사회와 국가를 이룬다는 점을 생각하면 국민건강은 기초적이고도 중요한 사안이 아닐 수 없다.
이달초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1999-2001년 일선 병의원에서 비만환자들을 조사한 결과는 충격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40대 연령의 젊은 층 비만환자수가 2년 만에 37배나 늘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영양실조 환자도 배 이상 증가했는데, 이 가운데 절반이 60세 이상 고령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쪽은 살쪘고 한 쪽은 야위었다고 하지만 실제 이들 환자는 모두 동일한 원인에 의한 증상이라고 봐야 한다. 바로 영양불균형이다.
영양불균형은 제대로 먹지 못하는 것은 물론 편식에 의해 특정 영양분을 많이 섭취했기 때문에 발생한다. 특히 패스트푸드나 기름진 것을 찾는 요즘 식생활 패턴을 보면 지방질 섭취가 비만의 주 원인인 것을 알 수 있다.
의학계는 심혀관계질환이나 당뇨병 고지혈증 간질환 등 생활습관병(성인병)을 일으키는 주요인자로 비만을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2년 만에 37배나 급증한 비만환자 가운데 상당수는 이미 생활습관병을 앓고 있거나 그 경계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됐지만 정상체중을 넘어선 과체중자들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폭발적으로 늘어날 것이다.
생활습관병은 환자들에게 고통을 주는 것은 물론이고 사회경제적으로도 막대한 의료비 부담 등 엄청난 마이너스요인으로 작용한다. 이 때문에 비만 해결은 매우 중대한 의의를 갖는다.
비만과 관련해 '…하더라' 건강법이 판을 치고 있다. 살 빼는 약에다 국적불명의 다이어트법까지 열거하자면 한이 없을 정도지만 현실은 건강과는 완전히 딴판이다.
기자는 우리들이 건강에 대해 근본적인 인식없이 그저 편하게 약에 의존해서 비만을 고치겠다는 의식을 갖고 있는 데 문제가 있다고 본다.
전문의들은 비만을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으로 식습관 개선과 많이 움직이는 것(운동)을 들고 있다.
사람이 살아있다는 의미는 무엇보다 움직이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운동은 먹는 것과 잠자는 일에 비해 그 중요성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현대인들은 식사와 수면은 당연한 일과로 생각하는 반면 움직이는 것을 싫어한다. "하고는 싶은데 시간이 없어"라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다.
현대의학은 비만이 많이 먹어서라기보다는 남은 열량을 효율적으로 쓰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규칙적으로 운동하면 지방질이 감소하는 대신 에너지를 많이 쓰는 근육이 늘어나 비만을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국민들은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의 '2003 한국사회 국민의식과 가치관에 관한 조사연구'에서 나타났듯이 행복한 삶을 위해 건강이 가장 중요하다(70.2%)고 느끼고 있다.
이제 잠시라도 좋으니 짬을 내서 밖으로 나가 보자. 거창하게 조깅이니 헬스클럽이니 할 것도 없다. 머리를 식히면서 걷기만 해도 된다. 그리고 '워킹하이(walking high)'를 느껴 보자. 우리 모두 행복한 노년을 위해 '작지만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뎌 보는 게 어떨까. 중요한 것은 자신의 몸을 스스로 리드해 나가는 것이다.
